화이트 큐브의 정제된 조명 아래 걸린 완결된 작품은 언제나 관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하나의 시각적 실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들이 고요하고 사적인 영토에서 치러내는 침묵의 시간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문화예술 기획 브랜드 아르떼제이(ARTE J)는 오는 2026년 10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정수진, 정진아 두 작가의 2인전 『작업실에서 새어 나온 말들, Words slipped out of the studio』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화이트 큐브의 결과물 너머, 작가의 사적인 작업실과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시도다.
관람객은 전시장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일반적인 관람 방식을 살짝 비껴간다. 온라인 채널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전 오디오 프롤로그 인터뷰가 그 시작이다. 관객은 작품을 마주하기 전, 작가들이 작업실에서 나누던 은밀한 호흡과 목소리를 먼저 건네받는다.
작가들의 일상은 맹렬한 일상의 소음과 단절된 채, 완벽한 침묵과 새벽의 리듬 속에서 비로소 호흡을 트인다. 불을 밝히고 멈춰 서서 어제 굳어버린 안료의 물성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창밖으로 스치는 공기의 결을 감각하는 루틴들은 붓이 캔버스에 닿기 전 이미 시작된 또 하나의 거대한 창작 수행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세한 부유물들이 빛을 만나 찬란한 풍경이 되듯, 머릿속을 맴돌던 막연한 잔상들은 이 집요한 손길을 거쳐 화면 위로 발화한다.
기획을 이끈 아르떼제이는 “일상의 자극적인 시선을 잠시 거두고, 작가들이 작업실에서 길어 올린 모호하고 아름다운 감각의 틈 사이로 깊이 스며들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단면을 넘어, 사적 영역의 내밀한 언어가 세상 밖으로 새어 나와 관람객의 지각과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가 더없이 좋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본 전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며, 사전 오디오 프롤로그 및 상세 정보는 아르떼제이 공식 웹사이트(artej.kr) 또는 인스타그램(art_e__j)에서 확인할 수 있다.